흉악한 적들이 여러 도에 널리 가득 차있고 오직 이곳 호남(전라도)만이 다행히 하늘을 도우심을 힘입어 다소 보전하여 나라의 근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회복하는 일을 다 이 도에서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작년 6ㆍ7월 사이에 6만의 군사와 허다한 군량을 모두 서울 등지에 끌어 갔다가 잃어버렸으며, 병사가 거느렸던 4만의 군사들도 또한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없어서 얼고 굶주렸는데, 이제 순찰사가 또 정예군사를 거느리고 북상하였으며,다섯 의병장이 일어나서 계속 의병을 일으켜 멀리 출전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는 온 지방의 소동이 일고 공시간의 재물이 다 없어지게 되었으며, 비록 늙고 허약한 백성이 있다 해도 병기와 군량을 운반할 무렵에는 책찍질이 빈번하여 구덩이에 넘어지는 자가 많이 있습니다.
더구나, 소모사가 내려와서 내룩과 연해안을 분별하지 않은채,소집할 군사의 인원수만을 배정하여 심하게 독촉하므로 각 고을에서는 그 수를 충당하기 어려워서 변방을 지키는 수졸을 많이 빼내어 갈뿐 아니라, 체찰사의 종사관 9명이 각 고을을 분담 검색하여 남아있는 장정을 재촉하여 징발하고, 변방의 진포에 있는 국기를 또 한 많이 다른 곳으로 실어가며, 복수의장 고종후등이 또 따라 일어나서 내시의 종을 남김없이 뽑아갔으며, 소모관이 방금 내려와서 번갈아 수색하는 일이 거의 쉬는 날이 없으므로 백성들의 근심하고 원망하는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으니, 나라가 부흥되어야 할 시기에 바라는 바 실망이 커서 바다 한 모퉁이에 있는 외로운 신하로서는 북쪽을 바라보며 슬픔이 가득하여 마음은 죽고 형체만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분부하신 서장 내용에, 『각 고을에서 도망한 군사들이 있어도 사변이 평정될 때까지 친족이나 이웃에게 대충 징발하는 것을 일체 면제하라.』 하는 틀림없는 분부가 있었으므로 무릇 신하된 자로서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지 않는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같이 위태롭고 어려운 날을 당하여 수졸1명이 평시의 100명에 당하는 것인데, 한번<대충 징발하지 말라>는 명령을듣고서는 모두 다 면제될 계책을 품기 때문에 지난 달에는 10명의 유방군을 보내던 고을이 이번달에는 겨우 3ㆍ4명을 보내고 있으며, 어제 10명이 있던 유방군이 오늘은 4ㆍ5명 미만이 남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몇 달내에 수자리를 지키는 일이 날러 비어 진포의 장수들이 속수무책일 것인 바, 배를 타고 적을 토멸함에 무엇을 힘입어 제어할 것이며 성을 지켜 항전함에 누구를 의지하여야 하겠습니까. 만일 전례를 지켜 책임 수량을 채운다면 분부를 어기게 될 것이며, 분부를 따른다면 수자리를 지킬 사람이 없습니다.
이 두가지 중에 형편에 맞는 방법을 참작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의견을 체찰사에게 문의 하였던 바, 회답 공문에, 『친족에게 대충 징발하는 폐단은 백성을 괴롭히는 것 중에 가장 심한 것이므로 당연히 임금의 분부대로 준행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보고한 의견도 또한 이치가 있는 것이니, 적을 방어하고 백성을 어루만지는데 양편이 다 좋은 대책을 취할 것이다.
』 하는 내용이었으므로 각 고을 관원들에게 <사람이 죽고 자손이 끓어진 호구를 도목장에서 뽑아 없애 버리도록 하라>고 통고하였습니다.
대체로 보아 변방에서 한번 실패하면 그 해독이 중앙에까지 미친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일입니다.
하물며 본도에 분산된 방위군의 수는 경상도와 같지 아니하여, 매번 방비에 임하는 군사가 큰 「진」이 많아야 320여명을 넘지 못하고 작은 「보」에는 150여명도 차지 못합니다.
그중에서 도망하거나 죽은지 오래된 채 정리되지 아니한 자가 10중 7ㆍ8이며, 현재 일하고 있는 자로는 태반이 늙고 쇠약한 사람들입니다.
만일 친족에게 대충 징발하는 것을 전적으로 면제한다면 성을 지키는 군사나, 배를 움직이는 격군을 얻을 길이 막연할 것이므로 지극히 답답합니다.
이번에 접수된 것으로 비변사에서 분부를 받고서 보내온 공문 내용에, 『근래에 와서 적을 토멸하는 데는 해전을 당할만한 것이 없으니 전선의 수를 넉넉하게 더 만들도록 하라.』 하였는바, 전선은 비변 의 공문이 도착하기 전에 신이 이미 본영과 여러 진포에 명령하여 많은 수를 더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척의 전선에 사부와 격군을 합쳐서 130여명의 군사를 충당할 방법이 없어서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의 <친족에게 징발하난 일들>을 사변이 평정될 때까지 전과 같이 시행하되, 조금씩 조금씩 좋고 나쁜점을 가려내어 백성의 원성을 풀어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급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에서는 다시 헤아려 생각하여 우선<친족에게 대충 징발하지 말라>하신 명령을 중지하여 길이 남쪽 변방을 회복하는 기초가 온전해 지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군으로 방비에 임하는 수가 저같이 매우 적은데, 방비 임무에 기피하여 죄를 지은 무리들이 혹은 소모군에 붙으며 혹은 다투어 의병에 가서 붙어서 어느쪽이든지 소속되는 바, 지금같이 봄철의 방비가 매우 급한 때에 방어 하는 군사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변방을 충실하게 하는 뜻이 될 수 없으므로 일체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각별히 널리 백성들에게 분부를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겨울 3개월 동안의 네 종류의 입대 보류는 평시에는 그대로 있다가 사변이 일어날 때 쓰이는 보충군인데, 이런 큰 사변을 당하여서는 정규군도 많지 못한데다가 또 면제해 버리면 더욱 방비할 길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상으로 출전한 여가에 전선을 보수하고 무술을 조련하는 일들이 전혀 수졸들의 책임이므로 위의 네 가지 종류의 입대 보류 등을 <육군과 꼭 같이 방위 임무에서 면제하지 말고 남김없이 입대케 하라>각 진포에 아울러 지시하엿으며, 순찰사에게도 공문을 보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