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월 20일 도착한 겸경상도 관찰사 김수의 공문에,『이번에 적의 세력이 크게 성하여 부산. 동래. 양산이 벌써 함락되고 부대를 나누어 육지 안으로 향하고 있으므로 본도 우수사(원균)에게 <적선의 침범을 막기 위하여 전 수군을 거느리고 바다로 나가라.>고 이미 명령하였기 때문에 경상도의 여러 진에서는 배들이 전혀 없으니 우도에 변고가 생길 것 같으면 즉시 와서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장계하였으니,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되 이 뜻을 감사 및 병사와 상의하여 시행하도록 하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적의 세력이 이처럼 확대되어 <큰진영을 연이어 함락시키고 또 육지안으로 침범한다>하는 바, 몹시 원통하고 울적하며 쓸개가 찢어지는 듯하여 아뢰올 바를 알지 못하옵니다.
신하된 자로서 누구나 마음과 힘을 다하여 나라의 수치를 씻기를 원하지 아니할 사람이 없을 것이므로<같이 출전하라>는 조정의 명령을 엎드려 기다리오며, 소속 수군과 각 관포에 <전선을 정비하여 주장의 명령을 기다리라>고 급히 공문을 돌리고 본도의 감사나 병사와도 아울러 상의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달 20일 작성되어 4월 26일 본영(여수)에서 접수한 좌부승지의 서장에는,『물길을 따라 적선을 요격하여 적들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이다.
그래서 경상도 순변사 이일이 내려갈 때, 이미 일러보내었는데, 다만 군사상 진퇴하는 것은 반드시 기회를 보아 시행하여야만 그르침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마땅히 먼저 적선의 많고 적음을 지나가는 섬 사이에 적병이 있나 없나를 살펴 본 연후에 나아감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매우 좋은 방책이지만 만일 형세가 유리한데도 시행해야 할 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기회를 크게 놓치게 되는 바, 조정으 멀리서 지휘할 수 없으니 도내에 있는 주장의 판단에 맡길 따름이다.
본도(전라도)에는 이미 이 뜻을 알렸다 하니 경상도에 공문을 보내어 서로 의논하여 기회르 보아 조치하도록 하라.』 라고 분부하시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의 분부중에 <만일 형세가 유리한데도 시행해야만 할 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기회를 크게 놓치게 되는 바, 조정은 멀리서 지휘할수 없으니 도내에 있는 주장의 호령에 맡긴다>고 하시었으나, 신(이순신)은 일개 주장으로서 마음대로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겸관찰사 이광, 방어사 곽영, 병마절도사 최원 등에게도 부부하신 사연을 낱낱이 알렸사오며, 한편으로는 경상도 순변사 이 일과 겸관찰사 김수. 우도 수군절도사 원균 등에게도 <그 도의 물길 사정과 두 도의 수군이 모이기로 약속할 장소와 적선의 많고 적음과 현재 유박해 있는 곳과 그 밖의 대책에 응할 여러 가지 기밀을 모두 급급히 회답하라>고 통고하고, 각 관포에도 <전쟁 기구와 여러가지 비품을 다시 철저히 정비하여 명령을 기다리라>고 공문을 돌려 엄히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23일 작성된 것으로 오늘 4월 27일 인시(寅時 : 3시에서 5시)에 본영(여수)에서 접수한 선전관 조명이 가져 온 좌부승지의 서장에는,『왜적들이 이달 부산과 동래를 함락시키고 또 밀양에 들어왔다는데, 이제 경상도 우수사 원균의 장계를 본즉,<각 관포의 수군을 이끌고 바다로 나가 군사의 위세를 자랑하고 적선을 엄습할 게획이라>하니, 이는 가장좋은 기회이므로 불가불 그 뒤를 따라 나가야 할것이다.
그대가 원균과 합세하여 적선을 쳐부순다면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선전관을 급히 보내어 이르니, 그대는 각 관포의 병선들을 거느리고 급히 출전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도록 하라. 그러나, 천리밖이라 혹시 뜻밖의 일이 있을 것 같으면 그대의 판단대로 하고 너무 명령에 구애 받지 말라.』라고 분부하시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의 왜적들은 침입한 날이 오래되어 반드시 지쳐서 사기가 저하되고 소지한 전비품도 거의 없어졌을 것이니, 왜적들을 꼭 이 때에 제어해야 하겠거니와 다만 전후 적선의 척수가 500여척 이상이라 하므로 우리의 위세를 불가불 엄하게 갖추어 엄습할 모습을 보여서 적으로 하여금 겁내어 떨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수군에 소속된 방답. 사도. 여도. 발포. 녹도 등 5개 진포의 전선만으로는 세력이 심히 약하기 때문에 수군이 편성되어 있는 순천. 광양. 낙안. 흥양. 보성 등 5개 고을에도 아울러 방략에 의해서 거느리고 잘 예정으로 처음에는 경상도로 구원하러 출전할 때 해로를 지나게 되는 <본영 앞바다로 일제히 도착하라>고 급히 통고하였습니다만, 출전할 기일이 급한데다 수군의 여러 장수 중에 보성 및 녹도 등지는 3일 이나 걸리는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통고하여 소집한다 해도 그곳 수군은 쉽게 모이지 못하여 반드시 기일 내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으므로 그 밖의 여러 장수들만이라도 모두 이달 29일 본영 앞바다에 모이게 하여 거듭 군령을 밝힌 뒤에 즉시 경상도로 출전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풍세의 순역을 미리 생각하여 어렵게 되면 형편에 따라서 빨리 출전하려고 하는바, 경상도 순변사(이일).겸관찰사(이광).우도 수군절도사 등에게도 공문을 보내어 약속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