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택
1597년 갑진일 9월 16일 (음 10월 26일)
맑다.

아침에 별망군이 나와서 보고하는데, “적선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곧장 우리 배를 향하여 옵니다”고 했다.

곧 여러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니 적선 330여 척이 우리의 여러 배를 에워쌌다.

여러 장수들이 중과부적임을 알고 돌아서 피할 궁리만 했다.

우수사 김억추는 물러나 아득히 먼곳에 있었다.

나는 노를 바삐 저어 앞으로 돌진하여 지자포ㆍ현자포 등 각종 총통을 어지러이 쏘아대니, 마치 나가는 게 바람과 우뢰 같았다.

군관들이 배 위에 빽빽이 서서 빗발치듯이 쏘아대니, 적의 무리가 감히 대들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하곤 했다.

그러나 적에게 몇 겹으로 둘러 싸여 앞으로 어찌 될지 한 가진들 알수가 없었다.

배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며 얼굴빛을 잃었다.

나는 침착하게 타이르면서, “적이 비록 천 척이라도 우리 배에게는 맞서 싸우지 못할 것이다.

일체 마음을 동요치 말고 힘을 다하여 적선을 쏘아라”고 하고서,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니 물러나 먼 바다에 있으면서 관망하고 진격하지 않았다.

나는 배를 돌려 바로 중군장 김응함의 배로 가서 먼저 그 목을 베어 효시하고 싶었으나, 내 배가 뱃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들이 차차로 멀리 물러날 것이요, 적선이 점점 육박해 오면 일은 아주 낭패다.

곧 호각을 불어서 중군에게 명령하는 기를 내리고 또 초요기를 올리니, 중군장 미조항첨사 김응함의 배가 차차로 내 배에 가까이 오고,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왔다.

내가 배 위에 서서 몸소 안위를 불러 이르되,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해서 어디 가서 살 것 같으냐”고 하니 안위가 황급히 적선 속으로 돌입했다.

다시 김응함을 불러 이르되, “너는 중군장으로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그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당장 처형할 것이로되 적세 또한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한다‘고 하니, 두 배가 곧장 쳐들어가 싸우려 할 때, 적장이 그 휘하의 배 세 척을 지휘하여 한꺼번에 개미 붙듯이 안위의 배로 매달려 서로 먼저 올라가려고 다투었다.

안위와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어지러이 싸우다가 힘이 거의 다하게 되었다.

나는 배를 돌려 곧장 쳐들어가 빗발치듯 어지러이 쏘아대니 적선 세 척이 몽땅 다 엎어지는데, 녹도만호 송여종, 평산포대장 정응두의 배가 줄이어 와서 합력하여 적을 쏘았다.

항복해온 왜놈 준사란 놈은 안골포의 적진에서 투항해 온자이다.

내 배 위에서 내려다보며, “저 무늬 있는 붉은 비단옷을 입은 놈이 적장 마다시다”고 하였다.

나는 김돌손으로 하여금 갈구리를 던져 이물로 끌어 올렸다.

그러니 준사는 펄쩍 뛰며 “이게 마다시다”고 하였다.

그래서 곧 명령하여 토막으로 자르게 하니 적의 기운이 크게 꺾여 버린다.

이때 우리의 여러 배들이 일제히 북을 치며 나아가면서 지자포ㆍ현자포 등을 쏘고, 또 화살을 빗발처럼 쏘니 그 소리가 바다와 산을 뒤흔들었다.

적선 서른 척을 쳐부수자 적선들은 물러나 달아나 버리고 다시는 우리 수군에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다.

이것은 실로 천행이다.

물살이 무척 험하고 형세도 또한 외롭고 위태로워 당사도(무안군 암태면)로 진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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