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작성되어 4월 27일 본영에서 접수한 선전관 조명이 가져 온 좌부승지의 서장 내용에, 『이번에 경상우수사 원균의 장계를 본즉,<각 포구의 수군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군사의 위세를 뽐내어 적선을 엄습할 계획이라>하니,불가불 그 뒤를 따라 나가야 할 것이다.
그대는 각 포구의 병선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기회를 잃지 말도록 하라. 그러나, 천리 밖이라 혹시 뜻밖의 일이 있을 것 같으면 그대의 판단대로 하고 반드시 구애받지 말라.』 하는 분부이었으므로 신에게 소속된 수군과 각 관포의 여러 장수들에게 <출전할때 지나게 되는 해로가 본영 앞 바다에 일제히 도착하라>고 급히 통고하고, 경상도의 우수사 원균에게도 <물길의 형편과 두 도의 수군이 모이기로 약속할 곳과 적선의 많고 적음과 유박해 있는 곳과 그 밖의 대책에 응할 여러 가지 기밀을 아울러 긴급히 회답하라>고 통고한 사유는 이미 장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달 4월 29일 자시에 접수한 우수사 원균의 회답 공문에는, 『적선 500여척이 부산. 김해. 양산. 명지도 등지에 둔박하고, 제멋대로 상륙하여 연해변의 각 관포와 병영 및 수영을 거의 다 점령하였으며, 봉화도 끊어졌으니 매우 통분합니다.
본도의 수군을 뽑아 내어 적선을 추격하여 10척을 분멸 했으나, 날마다 병사를 끌어들인 적세는 더욱 성해져서 적은 많은데다 우리는 적기 때문에 상적할 수 없어서 본영(경상우수영)도 이미 점령되었습니다.
두 도가 합세하여 적선을 공격하면 상륙한 왜적들이 후방을 염려하여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귀도(貴道 :전라좌도)의 군사와 전선을 남김없이 뽑아내어 당포 앞바다로 급히 나와야 하겠습니다.
』 라는 내용이었으므로 소속 수군을 다음과 같이 편성하였습니다.
중위장에 방답 첨사 이순신(李純信). 좌부장에 낙안 군수 신호. 전부장에 흥양 현감 배흥립. 중부장에 광양 현감 어영담. 유군장에 발포 가장이며 영군관인 훈련봉사 나대용. 우부장에 보성 군수 김득광. 후부장에 녹도 만호 정운. 좌 후장에 여도 권관 김인영. 우척후장에 사도 첨사 김완. 한후장에 영 군관 급제 최대성. 참퇴장에 영 군관 급제 배응록. 돌격장에 영 군관 이언량. 이와 같이 모두 부서를 나누어 거듭 약속을 명확히 하였으며, 선봉장은 우수사 원균과 약속할 때, 그 도의 변장으로써 차정할 계획이오며, 본영은 신의 우후 이몽구를 유진장으로 임명하고, 방답. 사도. 여사. 녹도. 발포 등의 5개포구에는 신의 군관 중에서 담략이 있는 사람을 가장으로 임명하여 엄중히 훈계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신은 수군의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오늘 4월 30일 인시(寅時)에 출전할 예정으로 경상우도 소속이며, 본영의 이웃 진인 남해현 미조항과 상주포,곡포,평산포 등 4개 진영이 이미 첩입되었으므로 그 곳의 현령,첨사,만호 등에게 <당일 군사와 병선을 정비하여 중로에 나와서 대기하라>고 이달 4월29일 새벽에 공문을 만들어서 사람을 달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날 미시(未時)에 신이 보냈던 본영이 진무이며 순천 수군인 이 언호가 급히 돌아와서 보고하는 말에,『위의 남해현 성 안의 관청 건물과 여염집들은 거의 비었고, 집 안에서 밥짓는 연기마저 별로 나지 않으며, 창고의 문은 이미 열려 곡물은 흩어진 채로 있고, 무기고의 병기마저 모두 없어지고 비어 있는데, 마침 무기고의 행랑채에 한 사람이 있기에 그 이유를 물어 보니, <적의 세력이 급박해지자, 온 성안의 사졸들이 소문만 듣고 도망했으며, 현령과 첨사도 뒤따라 도망하여 간 곳을 알 수 없다.>고 대답하는지라, 돌아 오다가 또 한 사람을 보았는데 쌀섬을 진채 장전을 가지고 남문 밖에서 달려 나오다가 장전의 일부를 소인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내용이었으므로 신이 그 장전을 살펴 보니,「곡포」라고 색인 것이 분명하며,「성을 비우고 도망했다.」는 말이 그럴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인들이 보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워서 신의 군관 송 한연에게,『이 말이 사실과 같다면 적에게 군량을 쌓아주는 격이 되고, 점점 본도로 침입하여 오래 머물며 퇴각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 창고와 무기고 등을 불질러 없 버리라.』 고 전령하여 급히 달려 보냈습니다.
대체로 보아 흉악한 적의 세력이 크게 번져서 부대를 나누어 도적질하는데, 한부대는 육지안으로 향하여 먼 곳까지 석권하고, 한부대는 연해안으로 향하여 닥치는대로 함락하고 있으나, 육지와 바다의 여러 장수들이 한 사람도 막아 싸우지를 못하여 벌써 적의 소굴이 되어 버렸고,바다의 진영으로서도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우수영과 남해의 평산포 등 4개 진영뿐입니다만, 이제 듣자오니 우수영마저도 함락되었고, 남해의 온 섬들은 벌써 무인지경이 되었다 하는 바, 소위 우수영은 신이 지키는 진영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접해있으며, 남해는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서로 들리고 앉은 사람의 모양마저 똑똑히 헤아려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입니다.
그러므로 본도로 침범해 올 시기가 조석으로 박두하엿으니 극히 한심할 뿐 아니라 본도 내의 육지와 연해안 각 고을과 변두리의 성을 방어함에 있어서 새로 뽑은 조방군 등 정강한 사졸은 사람조차 매우 적어 다만 맨손으로 모인 수군을 거느리게 되므로 그 세력이 매우 약하여 달리 방어할 대책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군의 중위장인 순천 부사 권준도 바다로 나가 사변에 대비하다가 관찰사의 전령으로 전주로 달려 갔습니다.
더구나, 오랫동안 임지에 있던 자들은 한번 풍문만을 듣고서는 가족을 끌고 짐을 지고 길에 줄을 잇고 있으며, 혹은 밤을 이용하여 도망하고 혹은 틈을 엿보아 이사하는데, 본영의 수졸과 본고장 사람들 사이에도 또한 이 같은 무리들이 있으므로 신은 그 길목에 포망장을 정해 보내어 도망자를 적발하여 2명은 우선 목을 베어 군중에 효시하여 군사들의 공포심을 진정시켰습니다.
<경상도를 구원하러 출전하라>는 분부가 뚜렷하게 있을 뿐 아니라 신도 소식을 들은 이래 분노가 가슴에 서리고 쓰라림이 뼈속에 사무쳐 한번 적의 소굴을 무찔러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려는 마음이 자나 깨나 간절합니다.
곧 수군을 거느리고 우수사와 함께 합력하여 무찔러서 적의 무리를 섬멸할 것을 기약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해에 첩입 된 평산포 등 4개 진영의 진장과 현령등이 왜적들의 얼굴을 보지 아니하고 먼저 도피하였으므로 신의 외로운 타도의 군사로는 그 도의 물결이 험하고 평탄한 것도 알 수 없고, 물길을 인도할 배도 없으며, 또 작전을 상의 할 장수도 없는데, 경솔하게 행동을 개시한다는 것은 또한 천만 뜻 밖의 실패가 없지도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에게 소속된 전선을 죄다 모아도 30척 미만으로서 세력이 매우 고약(孤弱)하기 때문에 겸관찰사 이광도 이미 이 실정을 알고 본도(전라도)우수사 에게 명령하여, <소속 수군을 거느리고 신의 뒤를 따라서 힘을 모아 구원하도로 하라.>고 하였으므로 일이 매우 급하더라도 반드시 구원선이 다 도착되는 것을 기다려서 약속한 연후에 배를 띄워 바로 경상도로 출전할 계획입니다.
흉추한 무리들이 벌써 조령을 넘어 곧 서울을 육박하게 되어 본도의 겸 관찰사가 홀로 분발하여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곧 서울로 향하여 왕실을 보호할 계획이라 하는바, 신은 이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칼을 어루만지며 혀를 차면서 탄식하고, 또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서울로 달려가 먼저 육지 안으로 들어간 적을 꺾으려고 하나 한 지역을 지키는 신하의 몸으로써 함부로 하기 어려워 부질없이 답답한 채 분함을 참고 스스로 녹이며, 엎드려 조정의 지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오늘날 적의 세력이 이같이 왕성하여 우리를 업신여기는 것은 모두 해전으로서 막아 내지를 못하여 적을 마음대로 상륙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상도 연해안 고을에는 깊은 도랑과 높은 성으로 든든한 곳이 많은 데, 성을 지키던 비겁한 군졸들이 소문을 듣고 간담이 떨려 모두 도망갈 생각만 품었기 때문에 적들이 포위하면 반드시 함락되어 온전한 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번 부산 및 동래의 연해안 여러 장수들만 하더라도 배들을 잘 정비하여 바다에 가득 진을 치고 엄격할 위세를 보이면서 정세를 보아 전선을 알맞게 병법대로 진퇴하여 적을 육지로 기어오르지 못하게 했더라면 나라를 욕되게 한 환란이 반드시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매 분함을 을 수 없습니다.
원하옵건데 한번 죽을 것을 기약하고 곧 범의 굴을 바로 두들겨 요망한 적을 소탕하여 나라의 수치를 만분의 일이라도 씻으려 하는 바, 성공하고 실패하고 잘되고 못되는 것은 신이 미리 생각할 수 없는 바입니다.
